[2020.05.20 대책본부 중간 모니터링] [성명]그것은 예방도 뉴스도 아니다.

 

[대책본부 중간 모니터링]

[성명]그것은 예방도 뉴스도 아니다.

이태원 코로나19 사태 이후 혐오가 지역사회 곳곳에 발생하고 있다.

연휴 이후 많은 언론들이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공식발표와 상관없이 과도하게 업소 명을 공개를 하는가 하면, ‘게이 업소’라는 식으로 성적지향을 명기하여 질병을 표적했다. 너나없이 이태원 클럽과 연관되는 뉴스 앞에 ‘속보’와 ‘단독취재’를 붙이고 경쟁하는가 하면, 성적 보수주의의 프레임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부에서 이뤄지는 만남과 관계를 조명한답시고 문란함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과 예방에 대한 노력 없이 그저 코로나19의 사회적 위기를 성소수자 혐오로 동기부여하며 계속해서 성소수자를 가십화하고 있다. 질병 앞에서 누가 취약해지는가에 초점을 맞추기는커녕 사회적 소수자를 노출시키고 이들을 극단적으로 대상화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당신들의 태도는 예방도 정보도 아니다.

이는 지자체와 의료기관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인정보보호를 준수해달라는 중앙보건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자체들은 확진자의 동선을 노골적으로 공개하는가 하면, 업소에 ‘게이’를 붙이거나 확진자의 구체적인 직장정보와 국적을 명기하여 보란 듯 전시했다. 확진자라는 이유로 지역사회 주민의 정보를 개인 계정에 게시하고 호응을 구하는 지자체 단체장의 태도는 어떤 경우일지라도 주민을 모독하는 것이며 지역공동체 내부에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언론과 지자체의 과도한 가십화와 낙인찍기는 여론을 악화시킨다.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이후 온라인에서는 성소수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확진자의 정보가 공공연히 유포되는가 하면, 성소수자 문화를 비난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가짜뉴스들이 범람하기도 했다. 추적 가능한 정보를 자랑이랍시고 게시하는 언론과 지자체의 쌍끌이 속에 정보 유포의 증가는 혐오의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그것은 질병에 대한 분노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분노로, 이들에 대한 언어적·물리적 폭력의 싹을 틔운다.

일련의 혐오선동은 이미 혐오를 민원으로 받아들이고 정치 세력화 되도록 방기해온 한국사회의 오랜 뿌리 위에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와 질병 당사자를 향한 혐오가 어떤 경우에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많은 이들이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혐오의 관성은 질병에 낙인을 찍고 사회적 소수자를 엮어 혐오의 시너지를 낸다. 여기에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찬반 문제로 가르고 미뤄온 역사가 바탕한다.

하지만 변화는 있다. 끊임 없는 의견 제시와 협력을 통해 우리는 적어도 보건당국을 통해 개인을 향한 비난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선동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나아가 지금의 노력들이 단순히 방역과 예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회복 이후 사회에 복귀하는 시점에도 차별과 불이익이 용납될 수 없다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그것은 오랜시간 외쳐온 평등과 인권의 요구에 연결되어 있다.

성소수자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의도치 않게 노출하는 것은 불이익당할 수 있다는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뉴스도 예방도 아닌 혐오일 뿐이다. 당장이 시급한 가운데 정부는 혐오를 단호하게 반대해야한다. 혐오와 차별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성소수자의 인권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진단하는 것은 사방으로 변주해나가는 혐오와 차별을 방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태원 클럽 코로나19사태가 수습되어간다고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의 근간에 인권의 가치가 작동함을 선언해야 한다. 더불어 인권 보장을 제도화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협력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2020. 5. 20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