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주 언론모니터링]

[6월 첫주 언론모니터링]

1. 우리가 변화로부터 원하는 것은 때늦은 가십몰이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태원 확진자 증가 이후 많은 언론들은 게이들의 만남 행태와 장소를 경쟁적으로 노출해 왔습니다. 대책본부의 언론 모니터링이 진행되는동안 언론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기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를 그저 혐오와 차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기술해온 보수 언론들에도 긴장과 더불어 변화의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입니다.

5월 29일 여성조선이 다룬 게이클럽과 수면방에 대한 기사는 일견 기존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입니다. 업소 공지문을 그대로 옮기거나 익명게시판의 글들을 당사자 입장이랍시고 독자에게 내보이며 게이 남성들의 만남과 공간을 그려내는 모양새는 이전의 것과 크게 차별성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중반을 넘어 곧바로 태세전환합니다. 이태원발 코로나가 ‘성소수자 혐오’를 키웠다며 성소수자 편견지수를 인용하는가 하면, 낙인과 혐오성 짙은 가십화와 여론선동에 반대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의 인터뷰를 상세하게 기술하며 앞서 기술한 외설적 내용들에 대립합니다.

그간 조회수를 얻기 위한 자극적 보도의 관성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소수자 혐오와 편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식한 결과물로 볼 수 있을까요? 냉탕과 온탕의 낙차를 극단적으로 펼쳐내는 기사는 자가당착적 혼종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향후 변화의 과도기적 기사모델로 이어질지, 보수 언론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정착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질수록 공론장의 언어들 또한 달라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2. 사상의 자유를 논하려거든 평등부터 말하라

대책본부 언론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다면 단연 국민일보 내 자성의 목소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에 이어 ‘국민일보의 건강한 소통을 바라는 차장단’ 역시 지난달 27일 반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입장문들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겠다는 직접적인 워딩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혐오선동에 침묵해온 과거를 반성하고 독자의 비판에 겸허해질 것을 다짐합니다. 다소 소극적이지만 자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태도는 변화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들은 종교국 기자들이 혐오선동을 남발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일보의 내부 구조를 지적합니다. 종교국은 편집국과 달리 다른 일간지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다보니 검증 시스템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는 종교국이 얼마나 오만하게 혐오선동에 앞장섰을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입니다. 이는 기존 독자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지요.

흥미롭게 뉴스앤조이의 기사 ‘내·외부에서 쏟아지는 <국민일보> 성소수자 혐오 보도 비판…보도 당사자들 “우린 잘못 없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종교국 기자들의 입장을 전합니다. 백상현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무작정 혐오로 몰아세워지는데 대해 불만을 표하면서 ‘혐오는 역사적으로 극심한 탄압을 받고 절대 변하지 않는 속성을 비판했을 때 해당된다’는 나름의 설명을 붙입니다. 유영대기자는 앞의 설명을 보충합니다. ‘나는 혐오하지 않았다. 성경에 입각하면 죄니까, 죄라고 이야기 하는 것…비판하려면 명확한 근거를 대면 좋겠다’

따져봅시다. 여기서 이들이 말하는 혐오의 대상은 절대적인 타자로 수렴합니다. 논리대로라면 혐오라 부를 수 있는 대상은 탄압과 강제 속에 움직일 수 없고 자신의 의사도 표현할 수도 없으며 어떤 욕구나 욕망도 가져서는 안 되는 벌거벗은 존재일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일보는 오랫동안 성소수자를 벌거벗겨 적나라하게 들춰 공론장 위에 전시하고 조리돌림 해왔겠지요.

이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성소수자 혐오선동기자라는 타이틀을 못마땅해하며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무조건 혐오 딱지를 붙이는 것 아니냐고 되묻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행하는 비판이란 성소수자를 비시민의 위치로 끌어내리고 공론장에서 평등하게 논쟁할 수 있는 자격을 끝없이 박탈시키려는 시도에 다름아닙니다. 그간 써낸 기사들은 혐오하기 위해 성소수자를 모욕하고 비난하며 드러나지 말라고 이야기해온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뒤이은 주장은 성경에 입각해 기사를 쓴 것이지 혐오한 것이 아니라고 재차 밝힙니다. 비판할 수 없고 논쟁할 수 없으며 설득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고수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시장’ 속에서 어떤 것도 나누고 거래하지 않겠다는 모순적인 태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혐오 선동이 사회적 소수자를 고립시킨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고립을 자처한 이들은 사상의 자유시장 운운하면서 어떤 견제도 받지 않으며 절대적인 가치를 들이밀어 사회적 소수자들을 절대적인 타자로 발가벗기려 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저들은 성소수자에게 말하고 싶으면 숨지 말고 나오라고 비아냥대지만, 정작 스스로 고립무원을 자처하며 성소수자를 숨은 타자로만 대한 것은 다름아닌 혐오선동의 나팔수들입니다. 공론장에서 제대로 논쟁하고 싶다면 성경 문자주의에 의존하여 기독교계 주류언론이라는 특권 뒤에 숨지 말고 성소수자를 동등한 시민이자 이웃으로 인정하고 논의 테이블에 임하는 성숙함을 보이십시오.

안으로부터 울리는 변화의 신호는 오랜 시간 불신의 벽을 높여온 언론의 윤리를 다시 세우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과 시민사회는 국민일보의 변화를 열망하는 언론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오랜 시간 혐오선동의 주류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던 국민일보가 ‘사랑·진실·인간’의 가치를 성찰하는 저널리즘의 선두에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차별의 연결고리로부터 변화의 연대로

이태원 확진자 증가 이후 확진 장소는 소규모 모임과 일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류센터 집단감염 이후 우리는 물류노동자들의 취약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변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소비자들을 향해 안전한 배송만을 약속하는데 급급한 모습입니다.

6월 2일 한겨레모바일 기사 ‘“세균 보듯 따가운 시선에 숨도 참아요” 쿠팡맨의 눈물’은 쿠팡노동자들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다룹니다. 이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고 위험할 뿐 아니라 위기와 불황에 가장 먼저 잘려나갈 수 있는 약한고리입니다. 더구나 주민들과도 밀접하게 접촉하는 환경에 있기에 직접적인 혐오와 비난에 가장 많이 노출됩니다.

재난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에 대한 증오로 선동되기 쉽습니다. 대개 그 표적이 되는 이들은 일상속에서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던 외부자들, 재난 이전에도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사회적 소수자들, 언제라도 증오와 폭력의 대상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이들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대책본부 활동을 하면서 성소수자 커뮤니티 위기대처만으로 활동의 방향을 국한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합니다. 질병은 차별의 구조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취약했던 이들의 삶은 노골적으로 위기에 봉착합니다. 그것은 혐오와 낙인 속에 일상의 관계들을 단절시키며 생존을 위협합니다.

그런 점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한다는 일본 미에 현의 소식은 고무적입니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 속에 성소수자가 아웃팅당하고 괴롭힘과 불이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지자체가 보인 결의는 예방의 본질이 평등과 인권임을 간파한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위기를 견뎌내며 질병의 혐오에 맞서는 이들과 연대하며, 차별의 구조를 걷어내라는 외침에 함께할 것입니다. 변화는 시민사회의 노력 뿐 아니라 보건당국의 의지와 협력이 있어야 도래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 속에서 변화를 외치는 우리의 투쟁은 불평등한 제도의 문을 두드립니다.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 혐오에 갇힌 국민일보의 성소수자 보도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

뉴스앤조이 내·외부에서 쏟아지는 <국민일보> 성소수자 혐오 보도 비판…보도 당사자들 “우린 잘못 없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

한겨레 “세균 보듯 따가운 시선에 숨도 참아요” 쿠팡맨의 눈물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7462.html

중앙일보 “성정체성 들키자 극단선택···코로나가 만든 ‘아우팅 금지조례’”
https://news.joins.com/article/23793103